한 남자가 오랜만에 집으로 향한다. 기차를 타고 우중충한 항구 도시에 도착한 그는 지나간 시간의 장소를 찾아 배회한다. 이미 쇠퇴하기 시작한 곳들은 예전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빈민가의 소박한 아파트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차갑게 식은 저녁식사와 그의 인생 동반자이다. 마리아와 엔조는 쇠창살 뒤에서 처음 만나 비밀 테이프에 담긴 묵언의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부터 서로를 갈망하며 기다려왔다. 그들은 도시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시골집을 꿈꾼다. 현재의 압박에서 멀어져 영원한 행복이라는 새로운 시간에 머물고자 하는 것이다. 때때로 그들은 크로체 비앙카의 미로에서 만난 옛 이름의 동료들과 함께 그들의 비밀스러운 운명을 나눈다. 그리고 현대 시대의 영향이 닿지 않은 곳에서 20세기가 닻이 없는 배처럼 유영한다.